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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이 주연이다' 두 번째 주인공은 배우 최정우(55)이다.

그의 이름은 몰라도 '내 딸 서영이'의 재벌 회장 시아버지, 시트콤 '스탠바이'의 카페 사장, '검사 프린세스'(2010)의 부패한 기업가, '찬란한 유산'(2009)에서 회장을 배신하는 오른팔 등 그가 맡았던 역할을 말하면 "아, 그 사람!" 하며 무릎을 치는 이가 많을 것이다.

20일 서울 태평로 식당에서 만난 최정우는 털털한 말투로 37년 연기 인생의 보따리를 풀어냈다." 고교생이던 1975년 극단 '넝쿨'에 들어갔어요.

집안은 기울고 자폐 증세까지 보이자 학교 선생님이 치유의 목적으로 보낸 거죠.

'76' '신시' 등 극단에 몸담았고, 덕수궁 옆 마당세실극장에 청춘을 바쳤지."

대중에게는 2008년 영화 '추격자'와 드라마 '최강칠우'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는 일찍이 연극계에 묵직한 이력을 남겼다.

직접 기획·제작·출연한 90년대 최고 히트 연극 '불 좀 꺼주세요'를 비롯, '청춘예찬' '필로우맨' 같은 명작품에 배우나 제작자로 참여했다.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1990년), 동아연극상 연기상(99년)도 받았다.

"'불 좀 꺼주세요'가 성공한 뒤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졌어요.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99년 돌아와 영화제작에 나서봤지만 잘 안 풀렸고, '이젠 TV를 할 때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죠.

그러다 시나리오를 받은 게 기동수사대장으로 출연한 '추격자'였죠."

'추격자'는 최정우의 '외출'에 불씨를 당겼다.

영화를 본 방송사 제작진의 러브콜로 같은 해 퓨전 사극 '최강칠우'에서 광기 어린 인조 임금 역을 연기했고, 이를 계기로 "지상파 3사에서 한꺼번에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찬란한 유산' '검사 프린세스' '49일' '내 딸 서영이'까지 네 작품을 같이 해온 소현경 작가가 "우린 전생에 부부였나 보다"라고 농담할 정도로 그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낸다고 한다.

최정우는 그러나 "처음엔 TV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 연극을 하면서 '문화운동'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드라마는 아주머니들의 소일거리 정도로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TV 역할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찬란한 유산' 찍을 땐 가는 식당마다 '드라마 때문에 오랜만에 가족이 모인다'며 감사 인사를 받았어요.

연극이나 영화만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었던 거죠."

요즘 최정우의 극 중 캐릭터는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모습에서 비굴하면서도 코믹한 재벌가 맏아들(마이더스), '허당' 스타일의 가장(스탠바이)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그 자신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 연기 좌우명이 '낯설고 거칠지만 친근한 연기자'예요.

너무 비슷한 이미지만 하다 보면 친근함만 남게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하죠.

3년쯤 쉰 연극도 다시 하려고요.

한번쯤 칼 갈고 날 세울 때가 된 것 같아요."